"실패는 여기(테슬라)에서 하나의 옵션에 불과하다. 만약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충분한 혁신을 이루고 있지 못한 것이다." - 일론 머스크
제조업에서 일정 수준 이상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양산(mass production)이 필수적입니다. 쉽게 말해 제품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어 사업화와 양산이 궤도에 오르도록 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죽음의 계곡이란 창업 기업이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양산 시스템 구축까지 단계적으로 많은 자금이 소요되어 어려움을 겪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생산을 위한 기술, 인프라, 거액의 투자 비용, 시장의 불확실성 등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테슬라 역시 2003년부터 양산이라는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테슬라의 초창기 투자자였던 일론 머스크가 2007년 직접 CEO가 된 것도 테슬라 최초의 상용 차량인 최고급 스포츠가 '로드스터(1세대)' 생산에 차질이 생긴 영향이었습니다. 사전 판매된 차량들을 제작해 내보내야 하는데,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에 부딪힌 겁니다.
테슬라의 양산 위기는 2014년~2019년까지 5년에 걸쳐 특히 심해집니다. 후에 일론 머스크는 이 시기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할 정도였죠. 당시 테슬라는 100% 로봇 자동화를 실현하려다 좌절했고, 2018년~2019년을 거치면서 더 험난한 생산 지옥에 빠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델S와 X 차량에서 단차와 도장 품질 등의 이슈가 꾸준히 발생했죠. 2019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모델 3조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018년 기준, 테슬라가 지난 10년간 생산한 차량은 겨우 34만 대 수준이었습니다(참고로 현대차가 2018년 6월 한 달간 생산한 차량이 약 39만 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신규 모델을 꾸준히 선보였죠. 2019년 11월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공개하고, 2020년 3월 모델 Y를 출시했습니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먼저 결과만 얘기하자면 테슬라는 지난해 기준 1년에 총 93만 대의 전기차 차량을 생산했습니다. 올해는 약 150만 대 내외의 생산량을 전망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연 생산량을 2000만 대로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10년 넘게 실패했던 양산이라는 도전을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는 어떻게 성공으로 바꿨을까요? 더군다나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제조업으로, 이전까지 일론 머스크가 경험한 Zip2나 페이팔 같은 소프트웨어 사업과는 결이 확연하게 다른데 말이죠.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 테슬라의 도전 과제 ① - 전기차의 대량 생산

이재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서 스타트업 기술을 지원하는 일론 머스크 덕후가 연쇄 창업가 머스크의 큰 그림을 이야기합니다.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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