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디지털 게리맨더링이 드러난 20대 대선

"갤주 오늘도 찢었다!" vs. "개준스기가 이걸 해내네!"

도대체 이게 무슨 얘기인지 전혀 감이 안오시는 분도 계실 거고, '피식'하면서 당시 상황이 그려지는 분도 있을 겁니다.

2021년 가을,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현 당대표가 대선 후보로 결정되고,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현 대통령이 후보로 결정됐습니다.

이후 대한민국 온라인 커뮤니티는 크게 갈라져 각자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 유리한 뉴스와 정보만을 취사선택해 공유하면서 상대 진영과 후보에 대한 적대감을 높여가게 됩니다.

앞선 몇 화를 통해 알고리즘이 만들어 내는 소셜미디어의 필터버블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에코챔버에 대해서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정치적 양극화, 특히 각 진영 지지자들 간의 상호 적대감 증폭을 다양한 통계 분석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시하기도 했죠.

특히, 주 사용 소셜미디어와 주 활동 커뮤니티별로 쪼개져 형성된 '유유상종'의 '디지털 게리멘더링'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20대 대선은 이러한 디지털 게리멘더링을 활용한 정치적 동원과 참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선거였습니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갤주'란 디시인사이드 '이재명갤러리'에 모인 유저들이 그 갤러리의 주인으로 (주인공이 이재명 후보였으니까요) 이재명 당시 후보를 가리켜 부르던 호칭입니다.

'개준스기'는 20대~30대 초반 남성들이 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부르던 일종의 별칭, 애칭에 가까운 별명입니다.

"갤주 오늘도 찢었다"는 달변가인 이재명 당시 후보가 토론회나 TV 뉴스 프로그램, 각종 연설 등에서 좌중을 휘어잡았을 때 이재명갤러리에 도배되던 게시글의 제목과 내용입니다.

보통 가수나 뮤지컬 배우, 댄서들이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 줬을 때 하는 표현인 '무대를 찢었다'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개준스기가 이걸 해내네!"는 20대 남성 중 과반 가까운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던 문제인 (그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남성 역차별' 문제, 즉 그들 사이에서의 '공정'의 문제를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공약으로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만들어냈을 때 나온 '20대 남초 커뮤니티'의 열광적 반응입니다.

어쨌든 다시 2021년 늦여름, 가을로 돌아가 봅시다.

인터넷 하위문화의 발상지이자 여전히 그 근거지인 디시인사이드에 '이재명갤러리'가 생깁니다. 2021년 여름이 지나면서죠.

이전부터 '이재명갤러리'는 존재했습니다만, 이름만 그랬을뿐 사실은 '허경영갤러리'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진짜로 이재명 지지자들이(주로 20대 남성들이었죠) 마음먹고 들어가 탈환을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재명갤러리가 활성화되면서 '이대남 모두가 이준석 당대표와 그가 속한 당에서 배출한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물론 다수의 '개인화 세대', 즉 20대~30대 초중반 남성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 그리고 디시인사이드의 '새로운보수갤러리', '국민의힘갤러리' 등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었고, 디시인사이드상에서 다수를 점하고는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존재하던 더불어민주당갤러리(친 문재인, 친 민주당) 사람들과 이재명갤러리(반 문재인, 비 민주당, 친 이재명)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고, 서로 성향에 안 맞는 사람들이 '입갤'(갤러리 활동을 시작한다는 의미)하면 각각 상대 갤러리로 안내해주기로 하죠.

이재명갤러리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소식을 들은 40대와 50대 민주당 지지자들이 주로 몰려있던 커뮤니티, 즉 딴지게시판의 유저들과 보배드림 및 클리앙 유저들이 이재명갤러리에 가서 응원의 글을 남기며 힘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정권에 대한 피로감, 불만 등으로 온라인상에서 열세였던 이재명 지지층은 어느정도 균형을 회복하게 됩니다.

물론 이는 소수의 2030남성과 다수의 4050남성 지지층 사이에서 이뤄진 '큰 규모의 선거 연합'이었죠. 여전히 여성들은 각자 자신들의 일상 커뮤니티에서 지내면서 정치적인 이야기에는 무관심한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실 30대 후반 이상의 여성들이나 남성들 사이에서는 '세대'나 '교육 수준', '지역' 등이 중요한 변수였지, 성별 자체는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었죠.

이른바 '이대녀', 즉 20대에서 30대초반에 이르는 여성들('개인화 세대'에 속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고 있었고, 이들도 적극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들 세대에서도 원래 투표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간 높게 나오지만,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여성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얘기가 커지기는 어려웠던 거죠.

그러다가 몇몇 사건을 계기로, 또한 선거가 다가올수록 이들 여성 커뮤니티도 '결집'을 하게 됩니다.

이들은 '이대남 다수'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준석 당대표'를 상당히 싫어하고 있었고, 당연하게도 '여성가족부 폐지'같은 한 줄 공약에 동조하기보다는 황당해했습니다.

그렇게 다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던 '젠더 갈등'은 정치적으로 분명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더쿠'라는 아이돌 좋아하는 이들이 모인 여초 사이트에서부터 이재명 후보 지지가 대세가 됐고, 다른 여초 사이트들도 이재명 지지로 판세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여초 사이트 전부는 아니었습니다만 분명 다수였죠. 그리고 이대남들이 모인 남초 사이트 다수와 대립이 시작됩니다.

여전히 20대~30대 초중반의 다수 남성('개인화 세대' 중 남성)은 '이준석 대표와 그 당의 후보'를 지지하면서 디시인사이드 여러 갤러리와 펨코(FM코리아라는 게임 유저들이 모여서 커진 곳으로 강력한 이준석 지지 커뮤니티) 등 대형 커뮤니티에서 자신들만의 확증 편향을 키워나갔습니다.

4050세대와 연합한 20대~30대 초중반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소수의 이대남들이 만든 이재명갤러리 유저 등과 함께 역시나 유리한 뉴스를 공유하고 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선 막바지에는 '이대남'이라는 강력한 프레임에 대항하는 '2번남'(기호 2번인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남자들이라는 뜻이지만, 상당한 비하의 의미가 있습니다)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냅니다.

아래의 <그림 1>을 보시면 2번남 프레임이 어떻게 도식화됐는지 보일 겁니다. 이 역시 어쩔 수 없이 적대와 혐오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물론 동의할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는 개인의 성향과 관점의 차이일 뿐이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공론장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는 그다지 바람직한 건 아닐 겁니다.

한편 <그림 2>는 그 반대 성향의 커뮤니티에서 대항하는 차원에서 만든 '짤'입니다. 역시나 상당히 강력한 적대감과 혐오 정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